빅데이터 산업이 융성하면서 '개인정보보호 정책'이 국제 이슈로 떠올랐습니다.
국가 차원에선 개인정보보호법 개선 논의가 한창이고,
기업들은 고객 정보 관리 및 보호 체계를 정비하고 있죠.
이런 와중에 불거진 이슈가 바로 '틱톡 사태'입니다.
틱톡(TikTok)은 동영상 공유 플랫폼입니다. 주로 숏폼(short form, 1분 내외 분량의 짧은 영상) 콘텐츠가 게시되는 소셜미디어 앱이죠. 그런데 지난해부터 이 틱톡엔 불미스러운 수식어가 붙기 시작했습니다. '스파이 앱'이라는 것인데요. 사용자(가입자) 정보를 틱톡이 스파잉(spying)한다는 뜻입니다. 틱톡의 개인정보 유출 의혹은 어느덧 미국과 중국의 외교 분쟁으로까지 번진 상황입니다. 이번 시간엔 3가지 키워드와 함께 틱톡 사태를 간단명료하게 알아볼게요.
ㅣ 사용자 개인정보를 중국 정부가 수집한다?
틱톡 사태의 시작 #PIIE_보고서
2019년 1월, 미국의 비영리 싱크탱크 '피터슨 국제경제정책연구소(Peterson Institute for International Economics, PIIE)'가 보고서 하나를 발표합니다. 이름하여 「The Growing Popularity of Chinese Social Media Outside China Poses New Risks in the West」. '중국의 급성장하는 소셜미디어가 서구에 새로운 위협이 되고 있다'라는 제목이죠. 여기서 언급한 소셜미디어가 바로 틱톡입니다.
▶ 보고서 원문 보러 바로 가기
PIIE 보고서가 '위협(risks)'이라 칭한 사안은 틱톡 사용자들의 개인정보 유출입니다. 이것이 단지 개인 차원의 피해를 넘어, 국가 안보의 위협 요소로 작용한다는 게 PIIE의 입장인데요.
틱톡이 수집한 정보에 대해 서구 국가가 우려하는 이유는, 수집되는 정보가 지나치게 많고 이에 대하여 중국 정부의 접근이 용이하기 때문이다. PIIE의 보고서에 따르면 틱톡은 이용자 본인이 업로드한 동영상에 기록된 개인의 정보뿐 아니라, GPS 정보, IP 주소, SIM 카드 기반 위치정보, 단말기 정보, 주소록, 문자메시지 등을 수집한다. 이렇게까지 많은 정보가 동영상 공유를 위해 수집될 필요가 있을까? 유럽의 틱톡 개인정보보호 정책은 데이터가 중국으로 이전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렇게 전 세계에서 수집한 데이터는 틱톡 본사로 보내져 중국에 저장된다고 한다. 이 데이터를 '안보상 당국의 정보 수집 활동'이라는 명목으로 중국 정부가 공유할 수 있고, 이를 바탕으로 서구인을 식별할 안면인식 기술을 고도화하는데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 보고서의 주된 이슈다.
「10대들이 푹 빠진 '틱톡', 개인정보엔 '빨간불'?」, 머니투데이, 2019.2.22.(기사 보러 가기)
위 내용을 골자로 한 PIIE 보고서는 큰 화제를 모았고, 결국 '틱톡 사태'라는 국제 이슈를 촉발시켰습니다. 전 세계 틱톡 가입자들의 개인정보를 중국 정부가 수집한다, 라는 내용 때문에 '스파잉 앱'이라는 꼬리표가 생겨난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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틱톡 사태의 본격화 #미국의_틱톡_매각지시
우선은 틱톡 사태의 정의를 짚어야겠습니다. PIIE 보고서 자체가 틱톡 사태의 본질인 것은 아니에요. 현재 국제 이슈로 점화된 틱톡 사태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틱톡 매각 지시' 행정명령으로 인한 외교 갈등을 일컫습니다.
올해 8월 초, 트럼프 대통령은 틱톡의 개발사인 중국 '바이트댄스(ByteDance)'에게 최후통첩을 전달합니다. 45일 안에 틱톡 사업을 분사시키거나 매각하라는 것. 틱톡은 미국 국가 안보의 중대한 위협, 이라는 게 명분이었죠. 같은 달 중순께 트럼프 대통령은 분사 또는 매각 시한을 90일로 연장했습니다. 만약 바이트댄스가 기한 내에 틱톡을 버리거나 넘기지 않을 경우, 미국 내에서 틱톡 앱은 존재할 수 없게 되는데요. 또한, 분사 또는 매각 과정에서 바이트댄스는 아래 사항을 꼭 지켜야 합니다.
새로운 행정명령에 따라 바이트댄스는 미국 이용자들과 관련된 틱톡 데이터 복사본을 전부 폐기해야 한다. 그리고 모든 데이터 파괴 작업이 종료되면 미국 내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에 통보해야 한다.
현재 마이크로소프트(MS)가 틱톡 인수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MS가 틱톡을 인수할 경우 승인하겠다는 입장이다.
「트럼프 “中 바이트댄스, 90일 내 틱톡 매각하라”」, 지디넷 코리아, 2020.8.15.(바로 가기)
앞서 언급했듯 미국의 명분은 '국가 안보'입니다. 중국 기업의 미국 내 틱톡 사업을 국가 안보 위협으로 보는 관점이죠. 단, 중국이 아닌 미국 기업이 틱톡을 인수한다면 괜찮다는 겁니다. 이 지점에서 미묘한 갈등이 발생합니다. '어? 뭐야, 결국 자기네가 틱톡을 가져가고 싶단 얘기 아냐?' 하는 반발이 가능해지는 것이죠. 중국 입장에선 자국 기업이 개발한 '보물'(틱톡의 월평균 전 세계 사용자는 5억 명에 달한다고 합니다)을 미국 기업에 선뜻 넘기기가 쉽지 않을 겁니다. 물론 미국 내 사업권만 포기하는 셈이지만, 미국의 시장 규모를 고려하면 상당한 손실이겠지요.
ㅣ 매각, 하는 거예요? 마는 거예요?
중국이 꺼내든 카드 #차라리_자체폐쇄
틱톡 사태는 뾰족한 해결책을 못 찾은 채 장기화 조짐을 보입니다. 미국 내 몇몇 기업이 틱톡 인수 협상에 나섰지만 지지부진인 가운데, 인수를 추진했던 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 9월 14일(현지 시각) 공식 성명을 통해 인수가 무산됐음을 알렸습니다. 같은 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세계 2위의 IT기업인 오라클이 '틱톡 매각 우선협상자'로 선정됐다고 보도했는데요, 이는 완전한 매각이 아닌 기술협력 파트너 계약이 될 것이라 밝혔습니다. 이렇게 되면 틱톡의 모회사 바이트 댄스는 틱톡 지분을 유지하면서도 미국 정부가 우려하는 국가안보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된다고 하네요. 이에 대해 중국 정부는 아직 최종 방침을 정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고요, 중국 매체들은 틱톡을 '매각'하는 것은 아니라고 같은 날 일제 보도했습니다.
이에 앞서 중국은 대단히 터프한 카드를 꺼내 들었습니다. 미국의 압박에 강제 매각하느니 차라리 우리 손으로 틱톡을 없애버리겠다, 라는 메시지입니다. 중국의 자체 폐쇄 카드는 이미 예견된 바였습니다. 지난 8월, 중국은 자국의 핵심 기술을 수출할 때 반드시 정부 승인을 거쳐야 한다는 정책을 도입했어요. 미국 내 틱톡 매각 이슈를 겨냥한 포석으로 읽힐 소지가 충분하죠. 따라서 현재 미국 기업들과 바이트댄스 간 협상은 더 어렵게 됐습니다. 협상 테이블의 의제(앱 자체 알고리즘 기술 등 핵심 기술 인수인계 관련 중국 정부의 승인)가 추가된 셈이니까요.
이렇듯 틱톡 사태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입니다. 기업 또는 국가의 개인정보보호 정책은 자칫 외교 분쟁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그럴수록 사용자들은 더더욱 불안해진다, 라는 사실을 실시간으로 증명하면서 말이죠. 빅데이터 시대에 발맞춰 '국제 표준형 개인정보보호법'이 제정된다면 어떨까 하는 상상도 해보게 됩니다. 틱톡 사태는 과연 어떻게 마무리될까요. 그 과정에서 우리에게 어떤 교훈을 남길까요. 개인정보 주체들, 즉 우리의 예리한 모니터링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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